영화 '아노라'

결코 이 사랑을 놓지 않겠다는 한 여자의 분투

《아노라》는 고전적인 신데렐라 서사에서 시작하지만, 끝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로 나아갑니다.

뉴욕의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던 '애니(본명: 아노라)'는 어느 날, 러시아 재벌가의 철부지 아들 '반야'를 만납니다.

단순한 하룻밤의 만남이었던 인연은 반야의 충동적인 사랑 고백과 함께 일주일짜리 계약 연애로 이어지고 급기야 시민권과 자유를 얻기 위해 '결혼'이라는 선택지까지 달려갑니다. 소식을 들은 반야의 부모는 미국의 하수인 3인방을 급파해

결혼 무효 소송을 벌이며 아들을 데려가려 합니다.

겁먹은 반야는 부모 앞에서 도망치고 애니는 '사랑을 지키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그를 찾아 나서며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신데렐라 이야기의 전복

단순히 ‘스트리퍼와 재벌의 결혼’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이 아니라 애니의 시선을 따라가며 이 사랑이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님을 강조합니다. 사랑에 대한 진심, 버려짐의 아픔, 존엄을 지키려는 애니의 결연함이 핵심입니다.

하수인 3인방과의 블랙코미디

반야의 부모가 보낸 하수인들과 애니의 동행은 서로를 감시하면서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기묘한 유대감을 만들어내며, 영화의 독특한 정서를 형성합니다.

가족과 계급의 벽

반야의 부모는 여전히 ‘창녀’라는 단어로 애니를 깎아내립니다. 계급과 편견, 그리고 ‘진짜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던져집니다.

《아노라》는 가벼운 영화가 아닙니다. 억압된 계급과 사회적 시선 속에서도 사랑 하나만을 믿고 움직이는 여자의 여정을 통해 현대 로맨스가 가질 수 있는 진정성과 절실함을 증명합니다.

“결혼이 뭐야? 사랑하지 않으면 왜 하지?”

그 순진한 질문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관통합니다.